기후위기시계
실시간 뉴스
  • 무늬만 의원직 사직서…본회의 상정 0건
[헤럴드경제=이정아 기자]6ㆍ4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, 당 공천 방식에 반발해서, 기초연금법 처리를 두고 생긴 불만 때문에 사표를 낸 국회의원들의 사직서가 아직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. 지난 3개월 사이 무려 8명의 의원이 이 같은 이유로 금배지를 내던졌는데 회기 중 5차례나 열린 본회의에서 ‘국회의원 사직의 건’이 상정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. 무늬만 ‘의원직 사직서’인 것이다.

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한 국회의원은 총 8명이다.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ㆍ김용익ㆍ이용섭 의원과 새누리당 김기현ㆍ유정복ㆍ윤진식ㆍ박성효ㆍ서병수 의원은 금배지를 스스로 던졌다.

이 가운데 새누리당 김기현(울산시장 후보), 서병수(부산시장 후보), 박성효(대전시장 후보), 윤진식(충북지사 후보) 의원은 각각 당 후보로 확정됐다. 이낙연ㆍ유정복 의원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고 이용섭 의원은 무소속으로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다. 김용익 의원은 기초연금법을 처리한 당 지도부에 반발해 “사퇴한다”고 했다가 전날 “제명해서 의원직은 유지하게 해 달라”고 요구했다.

그런데 이들의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강창희 국회의장 측은 “양당의 원내대표가 협의해서 안건을 본회의에 올려야 한다”고 했다. 반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측은 “이날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가 처리해야 할 사안”이라면서 책임을 미뤘다. 국회의원 사직서는 회기 중에는 본회의 의결로 처리하고 비회기 중에는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수리(受理) 할 수 있다. 지난 3개월 간 회기ㆍ비회기 기간이 모두 있었다는 점에서 의장과 양당의 원내대표 모두 ‘직무유기’를 범한 셈이다.

이러한 관행은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있었다.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6건의 국회의원 사직서가 국회에 제출됐다. 하지만 단 한 건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. 대부분 자동 폐기되거나 슬그머니 철회됐다. 특히 당시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낸 김진표 의원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“의원직을 사퇴하겠다”며 배수진을 쳤다가 유시민 후보에게 패하고 이를 철회해 빈축을 샀다.

이 처럼 사직서를 냈던 의원들이 슬그머니 주머니 속에 있던 배지를 꺼내들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“의원직 사퇴는 정치쇼”라는 지적이 나온다. 특히 사직서를 낸 의원들이 월 평균 1150만원에 이르는 세비를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정작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거세다.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“회사에서 사장한테 사표 낸다고 바로 수리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”며 동료 의원을 두둔했다.

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“국회의원은 사직서 제출시 정치적 책임성에 대한 충분한 성찰과 고민을 해야 한다”고 밝혔다.


dsun@heraldcorp.com
맞춤 정보
   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
      많이 본 정보
      오늘의 인기정보
        이슈 & 토픽
          비즈 링크